발췌 1.
영화 `기생충`이 화제다. 영화는 빈부 격차에 따른 계급을 지상, 반지하, 지하에 각각 사는 가족을 통해 묘사했다. 감독의 인터뷰에 의하면 경제적 계급이 다른 이들은 일상에서 좀처럼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빈부 격차에 따라 생활 공간은 철저히 분리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빈부 격차에 따른 공간 분리가 없는데도 어색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바로 반지하 기택(송강호) 가족의 장남인 기우(최우식)가 부자 친구 민혁(박서준)과 허물없이 만나는 장면이다. 민혁은 해외로 교환학생을 떠나면서 절친 기우에게 집에 있던 수석을 선물하고 자신이 하던 과외를 소개시켜준다. 반지하에 사는 기우가 부자 민혁과 어떻게 스스럼없이 절친이 될 수 있을까? 

공교육의 학교 때문이다. 가난한 기우와 부자 민혁이 같은 공간을 수년간 공유하고 같이 생활하고 공부하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 그래서 공동의 추억과 공감대를 구축할 수 있게 하는 것, 선을 넘나들어도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 공교육이 이걸 만든다. 

발췌 2.
그래서 나는 공교육에 최소가 아닌 최상의 퀄리티를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도소보다도 평당 건축비가 저렴한 최소한의 시설이 아니라 최상의 고급스러운 환경을 공립학교에 구축해 집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환경을 학교에서 경험하게 해야 하고, 비싼 사교육보다 더 훌륭한 최상의 교육을 학교에서 받을 수 있게 해야 하고, 교육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선택`하게 하지 말고 누구에게나 주어지게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수년간 비싼 학교에서 운영하는 우수한 교육을 공교육에서도 해보자고 주장해 왔다.`집어넣는 교육`을 넘어 `꺼내는 교육`을 공교육 전체에 도입해 시대가 요구하는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기르고 평가할 수 있도록, 수능과 내신을 선진화하는 한국형 바칼로레아(KB) 체제를 개발하자고, 그 첫걸음으로 국제 바칼로레아(IB)를 시범 도입해 벤치마킹하자고 주장해 왔다. 유학이나 비싼 국제학교를 가능한 이들에게만 허용하지 말고 공교육에도 도입하자는 것이다.

발췌 3.
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 엘리트에게만 필요한가? 성적이 낮다고 `내 생각`도 없는 게 아니다. 왜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기르는 교육이 귀족교육인가? 올해 프랑스 바칼로레아의 시험문제를 보면 “문화적 다양성이 인류의 동질성을 방해하는가” “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자유를 포기하는 것인가” 등이다. 이런 시험을 최연소 11세, 최고령 77세를 포함해 전국에서 74만여 명이 치렀다.

엘리트나 귀족만이 아니라 그냥 전 국민이 다 이런 공부를 한다. 답안의 질적 수준은 학생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엘리트가 아닌 사람, 부자가 아닌 사람도 같은 질문을 공부할 기회를 갖는다. 그게 공교육의 본질이다. 

진정 귀족교육, 엘리트교육을 없애고 싶다면 이런 교육을 무상 공교육에 도입하면 되는 것 아닌가? 아동도 줄어드니 예산은 문제가 아니다. 1%가 받는 교육을 99%도 받게 하는 것이 공교육이 갈 길 아닌가? 

[참고]
* 바칼로레아: 논술/서술형으로 철학과 같이 생각을 깊게 해야 풀 수 있는 시험이다. 전 과목 절대평가로 이뤄지며 생각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 추가 참고 내용 클릭: “프랑스 바칼로레아와 국제 바칼로레아는 달라요”

출처: 매일경제 (원문 클릭)